여러 계좌에 같은 레버리지 상품을 담고 나서야 깨달은 것
루틴처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증권 앱을 열었는데,
계좌를 보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간밤에 미국장이 크게 하락했고, 내가 들고 있던 레버리지 상품들도 크게 하락했다.
QLD, TQQQ, TSLL 정도를 들고 있는데, 각각 살 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상승장에서는 레버리지가 수익을 빠르게 키워주는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급락장이 오자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다.심지어 금요일에 급락해서 주말 내내 이 수익률을 지켜보고있어야한다니.
상승장에서 매수할 때는 잘 몰랐지만, 하락이 시작되고 나니 레버리지 노출의 부담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
계좌마다 조금씩 나눠 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체로 보면 나는 특히 TSLL 에 강하게 베팅하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홀린 듯이 TSLL을 샀다. 용돈계좌에도 담고, 공용계좌에도 담고, 별도 계좌에도 담았다.
“이 계좌에서는 이 정도만.”
“여기서는 조금만 더.”
“테슬라 괜찮은 것 같은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지만 전체 계좌를 합쳐놓고 보니, 이건 이성적인 판단이라기보다 좋아 보이는 종목에 감정적으로 끌려간 매수에 가까웠다.
계좌를 나눠 들고 있으면 위험이 분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위험자산을 여러 계좌에 담으면, 실제로는 위험이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TSLL은 +11% 수익 구간이 있었다.
“그때 팔았으면 좋았을 텐데.” 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하지만 오늘 느낀 건 단순히 고점에서 팔지 못한 후회만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내가 어느새 감당하기 귀찮고 복잡한 방식으로 계좌를 운용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여러 계좌에 같은 고위험 상품을 담아두니, 막상 급락장이 왔을 때 내가 실제로 얼마나 위험을 들고 있는지 한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들고있던 QLD의 약 70%를 정리하고, 추가 하락에 대비해 예수금을 확보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다.
TSLL도 약 25% 정도 손절했다. 손실을 확정하는 건 아팠지만, 여러 계좌에 흩어진 개별주식 레버리지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이번 하락을 겪으며 지수 레버리지와 개별주식 레버리지는 다르다는 생각도 더 강해졌다.
QLD나 TQQQ는 그래도 나스닥100 전체에 대한 베팅이다. 레버리지 정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운용하는 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TSLL은 다르다.
테슬라 한 종목의 단기 변동성에 2배로 베팅하는 상품이다.
테슬라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는 것과 TSLL을 많이 들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내 실수는 테슬라를 좋게 본 것 자체가 아니었다.
테슬라가 좋아 보인다는 생각을 TSLL 매수로 너무 쉽게 연결했고, 그것도 한 계좌가 아니라 여러 계좌에서 반복했다는 점이다.
혹시 여러 계좌를 운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계좌별 수익률이 아니라 종목별 합산 비중을 봐야 한다고 느꼈다.
나도 계좌별로는 보고 있었지만, 전체 금융자산에서 TSLL이 얼마인지, 레버리지 상품 전체가 얼마인지 명확히 보고 있지는 못했다.
앞으로는 최소한 아래 두 가지는 확인하려고 한다.
- 같은 종목이 여러 계좌에 흩어져 있지는 않은가
- 특정 종목이나 섹터에 대한 확신이 레버리지 매수로 과하게 표현되고 있지는 않은가
이 두 가지를 보지 않으면, 내가 생각하는 위험과 실제 계좌가 가진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
추가로 연말즈음 운용할 수 있는 자산이 늘어나게 되어서 고민이 깊어졌다.
이 돈을 어디에 둘지, 기존 계좌에 합칠지, 별도로 관리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단순한 투자금처럼 생각하고 레버리지나 개별주식에 쉽게 넣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큰돈일수록 더 명확한 역할과 기준이 필요하다.
오늘 가장 크게 느낀 건 이것이다.
투자금이 커질수록 투자 판단의 심리적 부담이 커진다.
TSLL을 여러계좌에서 담아 총합으로 보면 큰 금액이라 그러했고,
연말에 들어올 큰 돈을 운용할 계획을 세울때도 그러했다.
금액이 작을 때는 여러 종목을 들고 있어도, 계좌가 조금 복잡해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금액이 커지니 같은 하락률도 다르게 느껴진다. 수익률은 숫자인데, 손실금액은 현실적인 감정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앞으로는 계좌를 단순히 나누는 것보다, 각 계좌의 운용 방식 자체를 더 단순하게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금계좌는 노후용이다.
이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중요한 건 연금계좌 안에 무엇을 담느냐다. 연금은 중간에 사고팔며 판단을 반복하기보다, 속된말로 “무지성 적립식”으로 계속 사도 되는 자산을 담아야 한다고 느꼈다. 매번 뉴스와 차트를 보며 흔들리는 종목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믿고 자동으로 쌓아갈 수 있는 자산이어야 한다. 그런 종목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공용계좌는 가족 자산의 코어 역할을 해야 한다.
너무 심심해서 수익률이 낮기만 한 계좌도 아쉽지만, 그렇다고 레버리지나 개별주식이 과하게 섞여서 가족 자산 전체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안정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이 계좌는 내가 매일 판단해서 맞히는 계좌가 아니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용돈계좌는 조금 다르다.
여기는 공격적인 투자도 하고, 주식을 사고파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계좌다. 나는 투자에서 재미를 완전히 빼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욕구를 인정하고, 가족 자산이나 장기 자산과 분리된 범위 안에서 다루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고민되는 부분은 현금성 자산이다.
머리로는 현금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급락장에서는 현금이 있어야 선택권이 생기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큰돈을 안정성 자산으로 들고 있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시장이 오를 때는 기회비용이 크게 느껴지고, 가만히 있는 돈처럼 보여 자꾸 뭔가를 사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이번 하락을 겪으며 느낀 건, 현금성 자산은 단순히 수익률이 낮은 돈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금은 수익률을 포기한 돈이 아니라, 다음 판단을 가능하게 해주는 돈이다.
결국 내가 말하는 단순한 기준은 계좌를 나누는 것 그 자체가 아니다.
각 계좌마다 운용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뜻이다.
연금은 장기 적립식으로 신경을 덜 쓰는 계좌.
공용계좌는 안정성과 수익률의 균형을 잡는 코어 계좌.
용돈계좌는 공격성과 재미를 허용하되 한도를 정하는 계좌.
현금성 자산은 수익률보다 선택권을 지키기 위한 자산.
투자금이 커질수록 더 많은 판단을 하는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다.
오히려 내가 덜 흔들리도록, 판단의 횟수를 줄여주는 운용 방식이 필요하다.
오늘의 결론은 거창하지 않다.
나는 투자금이 커질수록 더 똑똑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급락장을 겪고 보니, 지금의 나에게 더 필요한 건 복잡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판단력이 아니라 멘탈과 수익률을 지키는 단순하고 기준이 명확한 운용 방식이었다.
앞으로 늘어날 금융 자산은 항상 최대 시드를 갱신할 수 밖에 없고 그럴 때마다 이런 고민을 계속 할 수는 없다.
기준과 포트폴리오를 더 다듬고 욕심과 멘탈을 다스릴 수 있어야 목표한 바에 도달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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